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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유럽 최초 대형 HTS 생산시설 추진, 핵융합 산업의 공급망 전쟁

by 고사영 2026. 9. 14.

한 줄 요약

독일 Proxima Fusion과 니더작센주가 핵융합 자석에 필요한 고온초전도 테이프의 대규모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핵융합 산업의 경쟁이 플라즈마 기술뿐 아니라 공급망과 제조 역량으로 확대되고 있다.

핵융합에는 플라즈마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핵융합 발전을 이야기할 때 보통 수천만 도의 플라즈마와 거대한 핵융합 장치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플라즈마를 가두는 자기장을 만들려면 강력한 초전도 자석이 필요하고, 그 자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수한 전도체가 필요하다.

독일 핵융합 스타트업 Proxima Fusion은 최근 니더작센주와 대규모 고온초전도체, 즉 HTS 테이프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2029년 말까지 진행될 초기 두 단계에 약 1억4,000만 유로가 투자될 예정이다. Proxima Fusion 발표

HTS 테이프가 중요한 이유

HTS 테이프는 전류를 거의 저항 없이 흘려보낼 수 있는 금속 기반의 초전도 소재다. 기존 초전도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작동할 수 있어, 강력하고 토카막 자석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물론 ‘고온’이라고 해도 상온에서 작동한다는 뜻은 아니며, 여전히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핵융합 장치에서는 이 자석이 플라즈마를 장치 벽에 닿지 않도록 가두고 제어한다. 특히 Proxima Fusion이 개발하는 스텔러레이터는 복잡한 3차원 자기장 구조를 만들기 때문에, 정밀하고 강력한 자석이 더욱 중요하다.

Proxima Fusion은 약 20,000km의 HTS 테이프를 자사의 Alpha 실증 장치에, 추가로 40,000km를 상업 발전소 개념인 Stellaris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이 직접 생산에 나선 이유

현재 HTS 테이프는 대규모 산업 생산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핵융합 장치의 핵심 부품을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면, 생산 일정과 비용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니더작센주의 생산시설은 단순히 Proxima Fusion 한 곳에 소재를 공급하는 공장이 아니라, 유럽 내 핵융합 산업을 위한 공급망 기반을 만들려는 시도다. 니더작센주는 초기 공공 지원으로 2,100만 유로를 제공할 계획이며, Proxima Fusion은 전체 투자금을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절반씩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HTS 테이프는 핵융합 외에도 전력망, 자기공명영상과 의료 장비, 고성능 추진 시스템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공장이 실제로 건설되면 핵융합 산업뿐 아니라 여러 고자기장 기술 분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Proxima Fusion의 목표는 무엇인가

Proxima Fusion은 독일 막스플랑크 플라즈마물리연구소에서 출발한 기업으로, 스텔러레이터 방식의 핵융합 발전소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먼저 Alpha라는 실증 장치에서 자석과 주요 시스템을 검증한 뒤, 장기적으로 Stellaris라는 상업 발전소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스텔러레이터는 토카막과 달리 복잡하게 꼬인 외부 자석으로 플라즈마를 가둔다. 이 구조는 플라즈마 전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장시간 운전에 유리할 수 있지만, 자석의 형상과 제작 공정이 훨씬 복잡하다.

따라서 Proxima Fusion의 생산시설 계획은 단순한 소재 투자라기보다 스텔러레이터를 대량 생산 가능한 산업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선행 작업에 가깝다.

아직 공장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이번 발표는 공장 건설 완료나 생산 개시 소식이 아니다. 양해각서는 부지 검토, 지원 구조 마련, 인허가 협력, 기업·지자체·연구기관과의 파트너십을 추진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또한 HTS 테이프를 생산한다고 해서 곧바로 핵융합 발전소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자석을 실제 장치에 통합하고, 극저온 환경과 강한 전자기력, 반복적인 운전 조건을 견디는지 검증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계획은 핵융합 상용화의 중요한 현실을 보여준다. 발전소 건설 시점이 오기 전에 먼저 핵심 소재와 부품을 충분한 품질과 규모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내 함의 / 시사점

핵융합 산업의 성패는 실험실의 기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온초전도 테이프, 전력전자, 냉각 장치, 진공 용기, 플라즈마 대면 재료 같은 부품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Proxima Fusion의 계획은 유럽이 핵융합을 단순한 연구 프로젝트가 아니라 제조업과 공급망을 포함한 산업 정책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특히 HTS 테이프를 직접 생산하려는 움직임은 핵융합 장치의 국산화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겨냥한다.

한국도 초전도 소재와 정밀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 핵융합 연구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려면 장치 운영뿐 아니라 핵심 소재 생산과 기업 생태계 육성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불확실성과 체크포인트

  • 현재는 공장 건설 확정이 아니라 양해각서 단계다.
  • 약 1억4,000만 유로는 초기 두 단계의 계획 투자금이다.
  • 니더작센주가 계획한 2,100만 유로 지원도 후속 절차가 필요하다.
  • HTS 테이프의 대량 생산 품질과 가격 경쟁력은 아직 검증돼야 한다.
  • Alpha와 Stellaris의 실제 장치 일정과 필요한 소재 물량은 바뀔 수 있다.
  • 생산된 자석이 장시간 핵융합 운전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가 최종 관건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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